시골민심은 근본적으로 크게 변한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 이 말에 반박하시는 분들 많으시겠죠.
모처럼 내려와서 고추 몇 좀 땄더니 난리를 치더라.
귀농해서 농사일 좀 가르쳐주십사 부탁도 드리고 잘 해드렸건만
때되니 외면하더라.
분명 마을사람들한테는 싸게 파는걸텐데 외지인이라 우습게 보고 몇 배로 남겨먹으려 들더라....
.... 옳으신 말씀.
그 말도 옳은 말씀이죠.
실상이 그래요.
.... 다만 여기에 대한 제 대답은 이겁니다.
"언젠 안그랬나?"
어릴땐 수박서리해도 괜찮아.
마을 사람 일생기면 서로서로 도와.
분명 정다운 세상 아니었느냐.
하지만 지금은 절대 아니다.
...어째서 옛날과 지금이 같다고 그러느냐. ㅡ.ㅡ
그야....
,,,,, 어릴때 수박서리를 해도 괜찮았던건
그 분이 그 마을 XX씨의 자식이었기 때문이었겠죠.
최소한 큰 피해가 나면 따질 출처가 확실하고
마을을 뜬다는 것은 어지간해서는 힘든일이었기 때문에
일단 두고볼 수 있는 여유가 있던 것 뿐이죠.
마을사람들끼리야 지금도 밭에거 조금 따가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타지인의 경우는....별 일이 없다면 주인네가 귀찮아서 뭐라않거나
양이 적으니 얼굴붉히기 싫어 그러는 거겠지요.
아는 사람이랑 모르는 사람이랑 같나요?
옛날 인심은 어디까지나 아는 사람에게 적용되던 거랍니다.
두레가 있고 품앗이가 있던....
동네 어르신께 인사라도 잘하고 다니면
삯바느질 거리나 빨래거리라도 받아올 수 있던 시절 말입니다.
마을공동체에서 찍히면 누구도 우리밭에 일을 오지 않던...
논에 물대는 것조차 힘들던 시절 말이에요.
그럼 또 할 말 있으시죠?
'아니다. 옛 농활때 기억을 더듬으면 그때는 타지인이라도 지금과는 분명히 달랐다.'
라고 말이죠.
... 예전 농촌에는 도시사람 오는 일이 빈번하지가 않았죠. 적응이 덜 된거에요. 적응이.
굳이 농촌드라마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도시사람 한 번 왔다가면 마을을 뒤집고 갑니다.
사람들 구경하기 힘든 동네야 그게 활기차 보여 그래도 잘 대해 줄 수 있는거지만
그렇지 않은 동네 입장에서는 그냥 민폐입니다. 민폐.
옛날에도 다른 동네 총각들이 마을 언저리에서 설렁거리다 지나가면
동네 똥개 한 마리가 안보여도 당장 싸움거리였습니다.
나이든 어르신들하고 이야기를 많이 해보니 알겠는게
그런 이야기를 꽤 들었지요.
따라서 농촌인심이란 어디까지나 자기공동체내에만 해당되는 사항이었다는 점을 유념합시다.
그걸 모르고 멋대로 옛 농촌에 대한 환상을 품고
지금의 농촌인심을 개탄한다면 그게 더 이상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농촌분들 도시사람들보다 그리 박하다고도 생각 않습니다.
도시에서야 서로 이웃이 되는 범주가 적다보니 어느정도만 넘어가면 타인이고 기본적으로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할 수 밖에 없는거지만 농촌은... 그런게 없거든요. "싫으면 나가든가"가 기본 마인드입니다. 지역유지나 어르신들에게 찍히면 좋을 거 하나 없구말이죠.
그러니 아무리 인사를 잘 하고 어버이날에 돈내서 마을회관에서 경로잔치를 해봐야
시큰둥한 반응이 오는겁니다. ㅡ.ㅡ 기브 앤 테이크 원칙이 머릿속에 남아있다면 그 순간에 지는 겁니다. ^^
그리고 질보다는 양입니다. 거짓말이라도 좋으니 비싼거 드립이라도 하고 싹싹한척 ... 말 한마디라도 더 건네주세요. 바쁘다고 가던길 그냥 가시지 말고... 그 없다던 농촌 인심이 팍팍 나올겁니다. (아, 물론 타이밍 봐가면서. ㅡ.ㅡ 일나가시는데 괜히 눈치없이 말걸지 말고. 여러 어르신 지나가실때 한 분이라도 말 적게 건네면 그간 잘했던게 다 날아갑니다. ;;;; 나중에 시비가 걸린 일이 있어도 그저 넙죽 엎드리는 자세로 나가면 정말 잘해주십니다. ㅡ.ㅡ다만 거리를 두는 느낌을 주면 끝... 그리고 자제분들 자랑은 아무리 길어도 도중에 끊으면 절대 안됩니다.....;;;)
결론은 "왠만한 지극정성이 아니면 잘해드리는 티도 안난다"라는 좌절스런 사실.
그러니까 촌에서 그냥 입으로 하는 소리가 아니라 "재 참 잘한다." 소리듣기가 보통 어려운게 아닙니다.
그렇지만 또 모르는체 넘어가기에는 농촌이라는 곳이 도시처럼 따로따로 살아가기에는 녹록한 곳이 아니지요.
조건이 힘들죠? ^^ 솔직히 도시적 합리적 감성으로는 도통 받아들일 수도 없고 그들만의 법칙으로 살고 있는 성 싶어서 갑갑하기도 합니다만.... 원래 농촌사회의 본질이 그리 후덕한 건 아닙니다. 공동체의 결속를 중시하는 마인드가 '민심'이라는 걸로 치환되었다고 보거든요.
여하튼 제가 느껴온 바는 그렇습니다.
저는 잘 하고 있냐구요? ....... 위에 늘어논 사례들... 다 제가 저지른 일들입니다. ^^
밭에 가서 어머님께 한소리 들었던 일도 있고 말이죠. 물론 요새는 사람도 다 돈주고 사서 고용하다보니 그런 공동체 개념이 많이 희박해지긴 했습니다. 하지만 일손구하는게 뻔한 동네는 아직도 난감한 일이 많죠.
그러니까 저처럼 그러지 마시라고. ^^ (어험 어험)




덧글
梓 2009/11/01 11:51 # 답글
뭐 범죄를 저지르고 아무렇지도 생각안하는게 더 문제인지도 모를 일 입니다.허허허;;;전 이런 건 소설이나 티비드라마 등의 허구적인 '옛날'시골인심을 실제로 받아들여서 생기는 일이라 생각하기에 ;;
레드칼리프 2009/11/02 15:38 #
서로 돕고 살았던건 맞는데 그게 자연스럽게 직접적인 이득으로 다가오는 좁은 공간이었으니까요. 뭐... 사실 좀 빡빡한 것도 맞는 말이긴 합니다.
함부르거 2009/11/01 15:00 # 답글
저도 아버지 상 치르면서 그런 거 절실하게 느꼈지요.생전에 그렇게 고향을 위해서 애쓰셨는데 나중엔 타지의 남 취급 하더군요.
이젠 어머니도 작은아버지도 말 통하는 몇몇 빼면 상대도 안하십니다.
보면 참 답답해요...
레드칼리프 2009/11/02 15:39 #
그리고도 옛 고향이라고 해도 옛날 분들이 그대로 계신게 아니라 타지인들이 들어와 거기서 또다른 문화를 만들죠. 그래서 고향이라도 옛고향같은 끈끈한 연대감이 생기기는 힘들거라고 봅니다.그런데 그건 어쩔 수 없는 현상이기도 하니까 말이죠. ^^
비르투 2009/11/04 02:19 # 답글
교생실습 중이라 바빠서 미처 허락을 못 받았는데...수업에 뉴히스토리아 한번 더 쓰겠습니다.마녀의 이미지에 대한 접근법 첫번째(http://nhistoria.egloos.com/1217893)와 마녀재판에 어서오세요(http://nhistoria.egloos.com/1236324)를 섞어서 이웃 관계에서 누군가를 배척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말하려고 합니다.
시간 나는 대로 제 블로그에 편집본 올리고 좌표 알리겠습니다. 매번 감사합니다^^
레드칼리프 2009/11/09 06:26 #
바쁘시겠네요. 힘내세요. ^^근데 저 그렇게 좋은 의도로 그 만화 그린게 아니랍니다. 나름 두 번째 만화에도 무게가 실려있었다는...